x-agapao :: 바다에 가고 싶다.

노랑분홍 자그마한 꽃봉오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벽녘 제주 대정읍 동네길을 한바퀴 돌다가 발견한 꽃. 길 위에 조용히 피어있는 모습에 렌즈를 가져갔다. 수수하면서 투명한 레몬색의 꽃잎을 잡아내기 위해, 쉬지않고 불어대는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에, 삼십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이런 공을 들여 본게 오래간만이네, 꽃잎도 가지런하지 않은 네게 왜 끌렸던 걸까. 110715 @ 대정읍, 제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사람들은 묻곤 한다. '무겁지 않으세요.' DSLR을 조금 아는 사람은 이렇게 얘기한다. '카메라 오래된 거네요.' 트레킹 도중에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로 무겁고, 나와 함께한 햇수만 5년이 다되어가는 노장 녀석이지만, 가끔 감탄을 내뱉을 만한 색을 만들어 주기에, 아직도 근근히 들고 다니고 있다. 3박4일의 오픈워터 다이빙을 마치고, 체크아웃 하러가서 키를 반납하고 오는 길이었다. '언제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조금 젖혀 둘러보다가 수조 안에서 아침이슬을 흠뻑 맞은 꽃잎을 보았다. 찰칵. 단 한번의 시도로 좋은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늘어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고 거추장스러운 악..